가족 모욕에 협박까지…안산이 화살 당긴 '악성리뷰' 일파만파

작성자:여가 출처:종합 찾아보기: 【】 发布时间:2024-03-29 02:13:41 评论数:

가족 모욕에 협박까지…안산이 화살 당긴 '악성리뷰' 일파만파

일본여행 테마 주점에 '매국노'라고 적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논란이 된 2020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인 안산 선수가 19일 자영업자 단체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했다. 연합뉴스, 인스타그램 캡처
욕설이나 근거 없는 비난과 같은 ‘악성 리뷰’에 시달리던 자영업자들이 칼을 빼 들기 시작했다. 자영업자 단체는 일본여행 테마 간판을 두고 ‘매국노’라고 적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인 안산(23) 선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자영업자 단체 '자영업연대'의 이종민 대표는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안산 선수는 경솔한 주장으로 해당 주점 브랜드 대표와 가맹점주는 물론 700만 사장님 모두를 모독했다”며 “자영업자의 피해를 신경 쓰지 않는 일부 무책임한 사람들의 안일한 태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경찰청 홈페이지를 통해 고소를 접수됐다. 2021년 자영업연대 설립 이후 명예훼손죄로 사법기관에 고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앞서 지난 16일 안 선수는 자신의 SNS에 ‘국제선 출국, 일본행’이라고 일본어로 적힌 전광판 사진을 올리며 “한국에 매국노가 왜 이렇게 많냐”는 글을 남겼다. 해당 전광판은 광주 광산구 소재 쇼핑몰의 일본여행 테마 거리 입구에 장식을 위해 설치된 것이다. 안산의 게시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지만, 캡처된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유되면서 이곳에 입점한 일본풍 주점에 대한 악플이 쏟아졌다. 논란이 일자 해당 업체 대표 권모씨는 “이번 일로 매국노라는 악플 세례를 받고 있다”며 비난을 멈춰 줄 것을 호소하는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안 선수도 19일 “무심코 올린 게시물이 이렇게 큰 실망과 피해를 드리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표님께 직접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고 사과 글을 올렸다.
안산 저격글의 대상이 된 해당 점포 대표가 지난 자신의 SNS에 "이번 일로 매국노라는 악플 세례를 받고 있다"며 비난을 멈춰줄 것을 호소하는 영상을 올렸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번 일을 계기로 성희롱, 욕설 등 ‘인신모독성’ 악성 리뷰에 따른 자영업자 피해가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상의 악성 리뷰나 댓글에도 자영업자 대부분은 장사를 망칠까봐 속앓이만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4년째 찜닭집을 운영 중인 60대 A씨는 한 달에 서너 번씩은 악의적인 리뷰와 항의 전화에 시달린다고 했다. 점포에서 취급 않는 비닐같이 절대 섞일 수 없는 이물질이 음식에 들어갔다는 악성 리뷰가 가장 많다고 한다. 리뷰에는 별점 테러는 물론 입에 담기 힘든 가족 모독 욕설이 섞여 있기도 했다.

A씨는 “자초지종을 알아볼 새도 없이 다짜고짜 ‘죽을죄를 진 네가 감히 나한테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지 않느냐’는 식의 악성 전화를 받을 때 가장 힘들다”며 “상황 설명을 해도 별점 테러는 물론 구청으로 민원 넣을 거라고 협박하는 이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어쩔 수 없이 환불 조치 등 손님 요구사항을 들어줘도 가게 앞에 쓰레기를 투척하는 사람도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엔 환불받기 위해 피자에 파리를 합성한 사진을 올린 악성 고객을 만난 자영업자의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 2022년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요식업계 소상공인 78%가 악성 리뷰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감소 등 경제적 타격까지 입은 자영업자 일부는 업무방해죄, 모욕죄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9년째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 1~2월 열린 ‘2023 아시아 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매출 특수를 노렸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이 승리를 거둔 조별리그 1차전이 끝나자마자 ‘반짝 특수’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축구 경기한다고 닭을 미리 튀겨놨네. 가까운 다른 지점으로 주문하라”는 내용과 별점 1점을 준 리뷰가 올라오면서다. 아무리 주문이 밀려도 주문과 동시에 조리에 들어가는 본사 방침을 철저히 따랐다고 B씨는 해명했다.

"음악 좀 줄이라니까 반만 줄이네. 나에겐 별점 테러가 있다"는 내용의 리뷰가 올라와있다. 사진 X 캡처
하지만 소용없었다. 인근의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은 아시안컵 기간 30~40% 매출 상승 이익을 봤는데, B씨 점포 매출만 평소와 같은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B씨는 “프랜차이즈 점포도 개인 사업자라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허위 리뷰 등 낮은 별점 리뷰가 많아지면 신규 손님의 진입이 눈에 띄게 준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근거 없는 악성 리뷰에 법적으로 대처하는 법 알려주세요”, “이런 경우 명예훼손으로 고소 가능할까요” 등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이종민 대표는 “단순히 ‘음식 맛없다’ 차원을 넘어 인격모독까지 만연하다”며 “어찌 됐든 물건과 음식을 산 손님을 대상으로 개인 사업자가 법적 대응에 나서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람을 상대로 장사하는 입장이라 구설수나 분쟁을 피해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 플랫폼 시스템상 나쁜 사장은 걸러지지만, 나쁜 소비자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며 “블랙컨슈머에 대한 경고, 접근금지 조치 등 플랫폼 차원의 적극적인 제어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