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증도 안 나온 고2 남학생, 병역 준비하라고요?”

작성자:지식 출처:종합 찾아보기: 【】 发布时间:2024-03-29 02:10:45 评论数:

“주민증도 안 나온 고2 남학생, 병역 준비하라고요?”

[아무튼, 주말]
17세 미성년자도 받는다
병역준비역 편입 안내문

경기도의 2006년생 고2 남학생이 최근 병무청에서 받은 병역 준비역 편입 안내문. 이듬해 신검을 받고 입대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내용의 이 우편물은 전국 연 나이 18세 남성에게 연초 일제히 발송된다. /독자 제공

“헉! 우리 아들이 벌써?”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부모들은 최근 병무청이 보낸 우편물을 받고 깜짝 놀랐다. 바로 ‘병역준비역 편입 안내문’. 병역준비역은 병역 의무가 시작됐지만 아직 복무를 시작하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대한민국 남성은 연(年)나이 18세가 되는 해 1월 1일 일제히 병역준비역에 편입된다. 올해는 2006년생이 대상이다. 안내문은 “당신은 헌법과 병역법에 따라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면서 “내년(2025년)에 병역 판정 검사를 받고, 19~37세 중 입영하라”고 알려준다.

이런 안내문이 발송된 건 2022년부터다. 법적 성인이 되는 만 19세, 통상 대학 입학 직후 병역 신체검사 통지서를 받고 입대 전 입영 통지서가 온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이제 미성년자 고교생까지 병역 의무를 고지받는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병역준비역 편입 통보를 받은 이들은 “예상치 못해 너무 놀랐다” “벌써 군대 가라는 줄 알고 당황했다”고 입을 모은다. 수원의 한 학부모는 “독서실 다녀온 아이가 안내문을 읽곤 ‘충성!’ 경례를 하더라”며 “어리게만 봤던 아들이 이렇게 컸다는 사실에 대견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부모도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히 할 일이지만, 왠지 눈물이 핑 돌았다. 그날 저녁 아들에게 맛있는 걸 잔뜩 해줬다”고 했다.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열린 2024년도 첫 병역판정검사에서 검사 대상자들이 혈액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불만도 많다. 내 자식이 언젠가 군대 간다는 건 뻔히 아는데, 굳이 중차대한 시기에 미리 부담 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 박모씨 부부는 “아들이 이제 고3이 돼 인생 최대 결전을 앞두고 집안이 살얼음판인데 병역준비역 편입 통지를 받으니 굉장히 심란했다”며 “경쟁자인 여학생들은 이런 것 신경 쓸 필요 없이 공부할 텐데…”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정모씨도 “아들이 아직 만 17세라 주민등록증도 못 받았다. 만 18세 전엔 투표권도 없고 운전면허도 딸 수 없지 않나. 그런데 병역 의무부터 기다렸다는 듯 부과되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며 “주변 부모들 모두 ‘올 수능이라도 끝내고 안내문 보내지, 뭐가 그리 급해서?’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신년 들어 북한의 대남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도발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지금처럼 저출산으로 병력 자원이 계속 고갈될 경우 미성년자 고교생들이 전장에 나가야 할 최악의 경우도 현실화 될 수 있다. 북한의 남침 등 유사시 신체 검사 연령이 현 19세에서 18세 '병역 준비역'까지 내려가고 입대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뉴스1

병역준비역이 됐다고 해서 당장 달라지는 건 없다. 거주지 이동 시 14일 이내에 전입신고를 해야 하는 정도다. 다만 북한의 남침 등 유사시 전장에 동원될 법적 근거가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전시에 동원되는 건 현역·보충역 등 병역 이행 형태가 결정된 이들”이라면서도 “전황이 심각하면 신검 연령이 18세로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고교생도 입대해 전장에 나갈 수 있다는 얘기냐”고 묻자 “그런 셈”이라고 답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저출산으로 병역 자원이 급격히 고갈돼 국방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과 관련 있다. 2020년 33만명이던 만 20세 남성 숫자는 2025년 23만명, 2040년 15만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실제 입대자도 2014년 27만명, 2018년 22만명, 2023년 18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병무청은 지난달 병역 면제 대상이던 고도비만자를 현역으로 편입시키고, 트랜스 여성(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사람)도 호르몬 치료를 6개월 이상 받지 않으면 4급 보충역 판정을 받도록 규칙을 개정했다. 고아와 탈북 주민을 의무복무 시키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현역 복무기간 연장, 외국인 복무제 아이디어도 나왔다.

지난해 5070 중장년층이 부족한 병력 자원을 메워 나라를 지키겠다며 자발적으로 만든 민간 조직 시니어 아미 회원들 모습. /시니어 아미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여성 징병. 최근 민간에서 5070 중장년층이 나라를 지키겠다며 ‘시니어 아미’를 자발적으로 조직했는데, “할아버지보단 젊은 여성이 군대 가는 게 맞지 않냐”는 말이 나오며 젠더 갈등이 격화됐다. 남성만 병역을 의무화하는 데 대해 합헌 결정이 내려졌고 국방부도 “여성 징병제는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문제가 4월 총선에서 재점화될 수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여성 신규 공무원에 대한 병역 의무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다. 여자 중·고생들은 “이러다 우리도 징집되는 것 아니냐”며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한다.

정부는 현 체제를 흔들지 않는 상태에서 병력 자원을 최대한 발굴할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3대가 모두 현역 복무했음을 인증하는 ‘병역명문가’ 선정 사업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2465가문, 1만1620명이 병역명문가 인증을 받았다. 공원·박물관 입장료나 공영주차장 할인, 은행 예금금리 우대, 병원 진료비 할인 등 소소한 혜택이 있다.

정부로부터 병역명문가 인증을 받은 경북 한 가구가 받은 금속 명패. 3대에 걸쳐 집안 남성 모두가 현역 복무를 한 명예로운 가문을 홍보하는 정책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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